다시 봄
평론송광익2023. 3. 27.
다시, 봄
1.
주지하듯이 1970년대의 대한민국은 잠재력이 높은 산업을 매개로 빠른 경제발전을 추구하며, 단계적으로 성과를 달성하며 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고속적인 경제성장 이면에는, 정치적인 불안과 사회적인 갈등이 끊이지 않고 대두되었으며, 이로 인해 개인의 자유는 국가에 의해 통제 당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사회적 혼란은 당시의 예술가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자 주제였고 이를 통해 예술가들은 정권의 억압적 통치에 반발하는 한편,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 그리고 예술이라는 매체 자체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1979년에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유신체제의 붕괴와 이를 장악한 신군부의 등장이었다. 이에 1980년, 당시 한국의 대학생들은 ‘민주화의 봄(서울의 봄)’을 외치며 목소리를 내었으나, 봄은 잠깐의 꿈처럼 지나가게 되었다. 송광익 작가는 이 같은 역동의 1970년대에 처음 붓을 잡았고, 계명대학교 미술학부 및 대학원을 졸업하기까지 대구에서 작업을 이어나갔다. 1980년, 그는 잠깐이나마 목도할 수 있었던 당시 청년들의 ‘꿈’을 일본으로 건너가 객관적 시선으로 한국의 ‘봄’을 관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송광익 작가는 그가 본 한국의 현실과 개인적인 경험, 그리고 존재론적인 질문들을 작업으로 표현하기 시작하였다.
2.
때문에 1980년대의 송광익 작가가 던졌던 질문은 필연적으로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이웃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정보를 염두에 두고 작품의 명제를 살펴보면, 이 시기에 제작된 작품이 관통하는 주제는 ‘공간’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2023년, 현재의 송광익 작가가 아닌 30대 중반의 젊은, 아니 어쩌면 어리다고 표현할 수 있는 송광익 작가가 ‘공간’이라는 심오한 주제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했을지는 화면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다시 작품으로 돌아와 이미지와 오롯이 마주했을 때,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추론해보자면, 이는 그때 당시의 상황에서 스스로가 추구하고자 했던 예술적 고민을 망라하여 표출하고자 한 작가의 정신일 것으로 귀결된다. 다시 말해 송광익 작가가 주제로 설정한 ‘공간’은 사물과 인간, 사회적 체제 등 그것이 물리적이든 물리적이지 않든 간에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존재들이 ‘공간’ 속에서 생성해 나가는 현상과 그 현상을 마주하는 스스로의 예술적 탐구를 위한 매개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매개체를 상징하는 것은 화면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그물’이다. 그물은 송광익 작가가 바라보는 당시 세계관에 대한 고찰을 담지하며, 개인의 자유와 다양성이 소외되어 가는 그 시대의 모습을 통찰한다. 조금 더 살펴보면 화면에서 그물로 둘러싸인 존재들은 공동체를 형성하지 못하고 단절되어 있는 형상을 보여주는데, 이와 같이 그물은 제한과 구속을 은유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당시의 사회가 개인의 자유와 다양성을 억압하는 구조적인 문제 역시만을 비판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그물은 보호를 은유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구속’과 ‘보호’라는 양면적인 의미로 해석하자면 자유와 제약, 불확실성과 안정, 그리고 그 안에서의 생존과 성장 등이 상징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때문에 송광익 작가는 그저 시대의 비판적 메시지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사회에서 존재하는 문제점에 대한 인식과 깊은 사유를 담아내고자 했으며, 이를 통해 세상을 돌아보게 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였음을 알 수 있다.
3.
시간이 쌓이며 그리고 시대가 바뀔수록 많은 것들이 변화한다. 송광익 작가의 작품 세계도 시대의 움직임에 따라 크고 작은 변화를 모색하며 새로운 시도와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내지만, 시대의 인식과 사유라는 측면에서의 메시지는 변함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1990년대로 접어든 송광익 작가의 작품은 작은 변화를 이루는데, '공간'이라는 주제에서 '인간'이라는 주제로 초점이 옮겨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작가의 삶과 경험, 그리고 당시 사회적 상황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았다. 1990년대는 대한민국 사회가 민주화와 개방, 그리고 급변하는 경제적 환경 속에서 개인의 존재와 가치에 대한 고찰이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던 시기였다. 때문에 그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송광익 작가는 인간의 존재적 가치와 실존적인 문제에 대한 탐구를 본격화하게 되었다. 이후 2000년대의 송광익 작가는 다양한 직물(테이프, 신문지, 한지)을 이용한 실험으로 큰 변화를 이루게 되는데, 2000년대의 작업들은 과거의 작품들과 달리 더욱 직접적이고 소박한 소재를 활용하여 인간의 내면세계와 삶의 가치에 대한 조명을 시도하게 된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작품 속에서 등장한 인간이 결국 공간에서의 갇힘과 구속에서 벗어나,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2010년부터는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더 많은 정보와 소통이 이루어지면서 많은 것들이 쉽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세계와 직면하게 된다. 송광익 작가는 오히려 노동집약적인 언어를 통해 예술과 인간의 가치에 대한 고찰을 이어나가기 시작하였다. 이는 물질적인 성장과 속도에 치우친 현대 사회의 이면에 있는 인간의 정체성과 가치에 대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시간과 노력을 들여 조금씩 완성되는 과정을 통해 창조의 가치와 예술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이다.
4.
살펴보았듯이, 1980년대의 송광익 작가의 작품들은 그 시대의 정보와 그것이 어떻게 작가의 예술 세계에 영향을 미쳤는지 파악할 수 있으며, 또한 우리가 지금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어떤 변화를 이루어야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정리하자면, 송광익 작가는 그가 속한 시대와 사회적 배경에 따라 다양한 층위에서 인간의 존재와 삶의 가치를 질문하고 탐구한다. ‘봄’이 새로움과 시작을 상징하듯, 송광익 작가가 작업을 처음 시작했던 197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맞이한 새롭게 다가왔던 시대의 봄은 늘 그에게 새로운 영감과 예술적 동기를 부여했다. 이렇게 예전 작품들을 다시 봄으로써 우리는 송광익 작가의 예술세계를 더 깊게 들여다보고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감상적 측면에서 우리의 상황과 연결지어 본다면, 작가는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와 과거의 사회적 현상 사이의 유사성을 인식하게 하고, 다음 시대를 향한 변화와 성장을 추구하도록 이끄는데, 이러한 점에서 송광익 작가의 작품은 우리에게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대한 이해와 과거의 경험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을 제공한다. 이처럼 송광익 작가의 시대별로 변화해온 작품을 따라가 보면 그 시대의 사회적 현실과 이에 대한 예술가의 시각, 그리고 예술을 통해 표현하고자 한 메시지와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삶과 시대의 흐름을 돌아보며, 스스로의 방향성을 모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예술의 역할과 의미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할 수 있게 된다. 예술은 사회와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그것을 다양한 관객층에게 전달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예술은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를 지니며, 그 가치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현대 사회와 예술에서 더욱 중요한 측면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송광익 작가의 작품을 다시 보는 것은 이러한 측면에 대한 무게와 의의를 다시 한번 상기하고 사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