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에서 점으로, 생성되는 기호들

평론김미라2023. 10. 18.

‘점’이라는 것은 우리가 너무도 보편적으로 생각하고 사용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명징하게 일반화하기란 불가능한 개념이다. 점은 0차원적인 개념으로 존재하기도 하고, 1차원적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기하학적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점은 위치는 있으나 부분이 없는 0차원의 요소로 정의되기에 점은 실제 세계에선 존재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으로 점은 모든 도형의 가장 기초가 되는 구성요소 그리고 시각예술의 기본 요소로 정의하기도 하고, 문자적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점은 많은 문화권에서 종료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때문에 점은 우리의 삶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은유되어 사용되고 있다. 김미라 작가는 이러한 점의 다양한 해석을 토대로 작업을 구성하고 여러 의미로의 확장을 시도한다.  

화려한 색채와 더불어 무수히 많은 점들이 김미라 작가가 제시하는 화면 위에서 부유한다. 관객은 이 그림이 우주에서 빛을 내고 있는 별들을 그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한다. 실제로 몇몇의 작품들은 별을 주제로 삼은 것들도 있지만 작가의 작품에서 중요한 지점은, 찍어놓은 점들을 어떻게 기호화되게 하여 이미지에서 표현되게 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에 있다. 인류는 현대 문명이 등장하기 전부터 밤하늘의 별을 보고 스스로의 위치(사회적·문화적·좌표적)를 판단하였는데, 별과 별 사이의 간격 등을 두고 선으로 이어 모종의 형상을 떠올리는 방식 그리고 그 형상의 서사를 만들고 인간 개개인의 삶과 죽음으로 연결 지어 세계관을 형성하기도 했고, 기억하기 쉬운 별자리는 어떤 지표도 없는 망망대해에서의 항해를 가능하게 하였다. 그러나 김미라 작가가 별과 별(점과 점)을 이어 서사가 구성되는 방식을 화면에 가져오는 것은 신화 혹은 전설을 다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점과 점 다시 말해 본질과 본질 간의 연결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김미라 작가의 믿음으로부터 발현되는 것이다. 이는 곧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가 주창한 것처럼 점은 곧 합목적성을 띠며 변증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요소로 설정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작품에서 드러나는 점의 성질은 김미라 작가의 초기 작품에서 더 직접적으로 드러났었다. 초기 작품에서의 점은 모종의 ‘씨앗’이라는 의미를 부여받게 되고, 이것이 다시 선과 면 그리고 입체가 되는 등 인간의 삶 그리고 사회의 다양한 형태에 대한 은유로서 풀어내었다. 이러한 초기의 점은 다시 확장되어 숲이 되기도 하고,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별이 되기도 하였으며, 그저 점으로서 화면 위에 부유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안에서 점이 가지는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김미라 작가의 외부 환경에 변화가 나타나면서 작품 속 소재나 화면 구성도 조금씩 달라지는데, 서울에서 거주하던 시기의 작품에서 영천시 외곽의 시골로 이사하고 난 뒤에 제작된 작품들은 화면 구성부터 색채까지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이것은 작가로서의 성장과 함께 그림이 변화하는 것도 있겠지만, 일상 속에서 무심코 시선에 잡히는 색들이 선택되어 작품에 녹아든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선택되는 색과 구성들을 의도적으로 형식화시키거나 배제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고, 일상을 자연스럽게 작품에 옮기는 것은 화면 위의 점들이 작가의 삶과 작품의 제작 의도를 따라가도록 연결 짓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설령 이렇게 서로 다른 차원에 있는 것일지라도 어떠한 대상과 대상 간의 연결은 김미라 작가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가 된다. 때문에 그 존재 하나만으로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점이 다른 점과 이어 선이 되고 나아가 면이 되는 형식을 사용한 것이다. 즉 하나의 점은 주체적 성격을 가질 수도 혹은 객체적 성격을 가질 수도 있고 어쩌면 그 너머의 개념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들이 무수히 많아지고 연결 지어짐으로써 다시 하나의 점으로 자리하게 된다. 풀어내자면, 한 명의 인물이 주변의 이웃과 연결되고 그 이웃들이 마을을 만들고, 마을이 다시 도시를 구성하는 것처럼 하나의 점은 무수히 많은 연결지점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김미라 작가의 작품은 연결되어 만들어낼 가능성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하다. 밤하늘 별들의 위치가 사실은 신화나 전설과 같은 서사와 전혀 관련이 없지만 관측자의 입장에서 임의로 그은 선들로 그들의 이야기를 새로이 써 내려갔듯이, 김미라 작가의 작업은 화면에서도 이를 바라보는 감상자에게도 열린 해석으로 자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