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부터
평론이주희2023. 6. 20.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하나의 단어로 압축할 수 있다면 ‘일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일상을 다시 분해해보면 ‘반복’, ‘바쁨’, ‘노동’ 등의 단어들로 설명되어진다. 즉 우리는 현대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매일같이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지루한 일들 그리고 각종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수집되는 오염된 정보와 과한 정보(무분별한 텍스트와 광고) 등이 일상을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일상을 다시 말하면 현대, 현대성을 뜻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혹은 살아내고 있는 삶을 피상적으로 드러내는 단어들 중에 ‘휴식’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휴식은 서술된 것과 같은 일상, 일상성을 벗어나기 위한 조건이 되기 때문인데, 잠시 일상을 벗어난다 하더라도 다시 일상으로의 복귀가 예정되어 있기에 굳이 표현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일상을 완전히 벗어난다는 것은 스스로의 사회적 가치와 존재적 의미를 상실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일상을 증오하면서도 소속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즉, 우리는 일상으로부터 아주 잠시간의 일탈(휴식)만을 원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이러한 일탈을 제공하는 매체 중 하나가 예술이다. 예술은 특별한 경험뿐만 아니라, 일상의 평범한 경험들이 어떻게 특별한 경험으로 치환될 수 있는지를 사유할 수 있게 해주는 계기를 제공하는데, 이와 같은 측면으로 접근하여 이주희 작가는 평범한 일상으로부터의 아주 짧은 일탈을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대학 졸업 후 지금까지 꽤 오랜 기간 동안 작품을 제작하는 ‘작업’과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겸하고 있는데, 어쩌면 이러한 두 종류의 노동이 이주희 작가에게 작업적 주제를 부여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풀어내자면, 작가인 그에게 ‘작업’은 일상을 벗어날 수 있게 하는 매개이자, 한편으로는 일상에 소속되게 하는 또 하나의 ‘일’로써 자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두 가지 이상의 일을 오랜 시간 지속한다는 것은 그만큼 휴식에 대한 욕구로 이어짐을 뜻한다. 그리고 이주희 작가는 본인의 욕구와 사유를 토대로 휴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와 같은 물음에 대해 이주희 작가는 자연으로의 일탈을 제안한다. 작품의 첫인상을 서술하자면, 숲과 바다와 같은 자연을 배경으로 두고 각자의 방식으로 여가를 보내고 있는 사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작품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더없는 편안함과 안락함을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지를 더욱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면,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내러티브와 만나게 된다. 서술하였던 바와 같이 ‘일상’은 곧 ‘현대’이며 ‘도시’이다. 때문에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은 곧 ‘도시’로부터의 탈출로 이어지며, 이 탈출로부터 도달하는 곳이 바로 ‘자연’인 것이다. 그러나 그림 속의 인물들이 도달한 자연은 문명이 존재하지 않는 오지가 아니라 문명이 최소한으로 걸쳐져 있는 곳이다. 즉 일상으로부터의 완전한 탈출이 아닌, 일상 내에서 일상 바깥을 엿볼 수 있는 미묘한 지점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결국은 이 미묘한 지점이 우리에게는 더욱 큰 안도감으로 다가오는 요소가 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는(소속되어 있는) 존재이므로 결코 일상을 벗어날 수 없다. 때문에 이 미묘한 지점까지가 우리에게 허락된 최대의 일탈적 장소로 자리하게 된다. 이주희 작가는 결국 우리는 ‘현대인’으로서 일상을 극복(휴식)하고자 하는 것이지, ‘자연인’으로서 일상을 벗어나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함께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일상에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휴식시간은 굉장히 짧기에 ‘미묘한 지점’에 도달하는 것조차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이를 통해 최상의 컨디션으로 회복하여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때문에 이주희 작가가 말하는 애착과 경시라는 두 요소는 우리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필수적인 부분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작가는 일상으로부터의 도피와 소속 사이에 내재된 긴장을 인식하게 함으로써 휴식과 일탈의 균형을 찾는 것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작품의 내러티브를 통해 현대인의 삶에서 휴식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